프로그래밍은 주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이하 데스크탑으로 용어 통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래밍 수업 또한 마찬가지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주로 활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학교로부터 "태블릿PC로 하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주제로 컨설팅을 요청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교사로서도 프로그래밍을 할 때 태블릿PC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고 수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주제에 대한 컨설팅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새롭게 학교를 옮긴 곳에서는 컴퓨터실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불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컴퓨터실은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다. 프로그래밍 수업을 할 때 컴퓨터실에서 데스크을 활용하는 것보다 태블릿PC를 함께 활용하게 되면 프로그래밍 수업을 양적으로 2배 늘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 또한 떠올리기 위해 데스크탑과 비교해 태블릿PC의 장단점을 떠올려보았다.
태블릿PC의 장점 | 태블릿PC의 단점 |
1.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2. 휴대성이 좋아 모둠별 협력활동을 위한 책상 배치가 용이하다. 3. 휴대성이 좋아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다. |
1. 텍스트형 프로그래밍을 위해선 마우스, 키보드와 같은 추가 부품이 필요하다. 2. 프로그래밍을 위한 다양한 IDE의 활용이 어렵다. |
태블릿PC의 장점을 위주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보았고, 주제는 아래와 같다.
1. 학교생활 꿀템 소개 프로그램 만들기
2. 말해줘 홈즈! IoT 프로그램 만들기
3. 멈춰! 복도 달리기! 프로그램 만들기
4. 무브 무브! 운동 프로그램 만들기
(위 수업들은 모두 40분씩 소요되었다)
1. 학교생활 꿀템 소개 프로그램 만들기
위 프로그램은 태블릿PC에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구상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꿀템을 사진으로 찍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소개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식, 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우선 교사의 프로그래밍 과정을 그대로 따라하였다.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이후 학생들은 배운 지식, 기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중심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현재 강의식 수업을 지양해야한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학생 중심의 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능의 습득이 전제로 되어야하는데 프로그래밍 수업이 정확히 그러한 수업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학생 중심 활동을 전제로한 강의식 프로그래밍 수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수업과 관련된 초등학교 5,6학년 성취기준은 '[6실04-09]프로그래밍 도구를 사용하여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체험한다'인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성취기준과 연결되게 된다.
2. 말해줘 홈즈! IoT 프로그램 만들기
위 프로그램은 태블릿PC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구상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마이크를 활용하여 우리 주변의 사물 중 하나를 원격 조종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번 수업 또한 학생들은 교사의 프로그램을 똑같이 학습하는, 강의식 수업을 15분 정도 진행하였다. 이후 본인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사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들어갔으면 해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IoT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토의,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주제를 제시해서 그런지 얕은 수준의 공감이 들어간 느낌이 커서 다음에 수업을 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전 수업이 필요하겠다.
위 수업과 관련된 초등학교 5,6학년 성취기준은 '[6실04-10]자료를 입력하고 필요한 처리를 수행한 후 결과를 출력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인데, 자료의 입력은 음성 인식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필요한 처리는 엔트리의 인공지능 블록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여기서 몇몇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는데, 카메라 활용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카메라를 활용해 실제 사물을 찍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 학생들도 스스로 생각을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3. 멈춰! 복도 달리기! 프로그램 만들기
4. 무브 무브! 운동 프로그램 만들기
위 프로그램은 태블릿PC에 다양한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구상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가속도와 각속도 센서를 활용하여 위 두 가지 프로그램을 만든다. 위 수업은 비슷한 센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연차시로 수업을 구성하였다(총 80분).
이 수업에서 고민한 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태블릿PC의 센서를 활용할 수 있는 어플이 있는가?
둘째, 센서에 대한 공학적인 설명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첫째, 태블릿PC의 센서를 활용할 수 있는 어플이 있는가?
위 질문은 몇년 전에 활용했던 로보이드와 스택 어플을 통해 해결하게 되었다. 로보이드 속에 스택 어플이 존재하는 느낌인데, 두 어플 모두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설치해야한다. 아쉬운 점은 가속도와 각속도 센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다른 센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둘째, 센서에 대한 공학적인 설명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가속도와 각속도 센서에 대한 설명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개념을 학생들에게 공학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어렵다는 생각에 실제 움직임을 통해 가속도와 각속도 센서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두 센서에 대해 학생들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직접 움직이며 가속도와 각속도 센서의 의미를 파악하였다.
가속도 센서는 태블릿PC가 위치한 방향에 영향을 받고,
각속도 센서는 태블릿PC가 움직이는 방향에 영향을 받는다고.
이후 이 센서들을 활용해 "멈춰! 복도 달리기!" 프로그램을 교사의 프로그래밍 제작 과정을 보며 그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무브! 무브!"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제작하였다.
앉았다 일어나기, 스쿼트, 스트레칭, 달리기, 점프, 좌우로 움직이기 등과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위 수업과 관련된 초등학교 5,6학년 성취기준은 '[6실05-07]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한 로봇을 제작한다.'인데 체육의 '[6체01-02]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체력 운동을 선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운동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 와 연결하면 더욱 유의미한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담으로, 1년 전부터 지속되던 고민이 있었다.
모든 일에 다재다능한 올라운더가 되어야하는가,
특정한 일에 특출난 키플레이어가 되어야하는가.
나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조언도 구했다. 그리고 꾸준히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제의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질문의 해답을 주는 책들이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정약용의 목민심서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에는 2019년도 기준으로 전세계 직업 종류는 150만개가 된다고 한다. 이 모든 직업이 하는 일을 내가 할 수는 없다.
목민심서에는 天下之事, 非一人所爲也라는 말이 있다. 천하의 일은 한 사람이 다할 수 없다는 뜻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라는 주식 격언이 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해결이 안되던 고민 이었는데, 알랭 드 보통, 정약용이란 거인의 시야를 바탕으로 내가 가야하는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올라운더가 되겠다는 마음은, 그 욕심은 이제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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